직류vs교류, 전류전쟁은 진행중
100여년 전, 에디슨은 직류 전기를, 테슬라는 교류 전기를 주장하면서 각자의 우수성을 주장하기 위해 “전류 전쟁”을 벌였다. 1847년 미국 오하이오주 밀란에서 테어난 에디슨은 우리나라에서 발명왕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발명품을 상업화 하는데도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에디슨은 1878년에 110V의 직류 전기를 사용하는 ‘에디슨 컴퍼니’라는 회사를 세워 백열전구에 전기를 공급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직류전기의 가장 큰 단점은 수km 이상의 거리로 전기를 보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가장 주용한 원인으로는 110V의 낮은 전압은 송전 도선(전선)에서 전력 소모가 매우 크다는 단점이 있다.당시 기술로 수천볼트(V) 수준으로 전압을 올릴(승압)수는 있었으나, 전압을 다시 내릴(강압) 방법이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직류 전기 발전소는 110V를 사용하는 방법을 택하여 사용처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할 수 밖에 없었고, 매우 많은 발전소건설을 필요로 하였다. 또한 직류 전기 송전은 두꺼운 구리도선을 필요로 하여 전선 설치에도 적지 않은 비용을 필요로 하였다.
1856년 오스트리아제국의 스밀랸에서 태어난 니콜라 테슬라는 수학과 암산에 매우 비상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테슬라는 오스트리아 그라츠 종합기술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첫 학년을 마무리 하였으나, 그 이후 도박에 빠져들어 장학금과 용돈을 탕진하기도 하였다. 후에 다시 전기라는 학문에 매진하여, 프랑스 파리 지사에 있는 에디슨 컴퍼니에 입사하게 된다. 테슬라는 에디슨 컴퍼니의 발전기 성능을 개선하였고, 파리 지사에서 그 능력과 재능을 인정받아 미국 뉴욕 본사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그 당시 테슬라는 직류보다 교류가 더 효율적인 전류 송전 방식이라고 생각하였고, 에디슨에게 교류의 우수성을 피력하였다. 에디슨은 자신의 직류발전기 시스템의 단점들을 잘 이해하고 있었음에도, 신입사원 테슬라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는 일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에디슨에게 현재 직류발전기의 성능을 크게 향상 시켜보겠다라고 제안을 하였으며, 에디슨은 만약 이것을 성공하면 테슬라에게 5만달러(현재 가치로 최소 100억원 이상)를 지급하겠다라고 약속을 하였다. 테슬라는 몇 달간의 노력 끝에 당시 직류발전기 시스템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고, 이에 대한 대가로 에디슨에게 약속한 5만달러를 요구하였다고 한다. 이에 에디슨은 “자네는 미국식 유머를 이해하지 못하는군” 하면서 테슬라의 요구를 거절했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테슬라는 에디슨 컴퍼니를 떠나게 된다.
이후 제너럴일렉트릭이라는 회사는 에디슨 컴퍼니를 합병하였고, 1888년 웨스팅하우스가 테슬라의 교류전기에 흥미를 가지고 교류전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주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그리고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장에서 웨스팅하우스가 제너럴일렉트릭을 제치고 전기사업권을 얻게 되는데, 가장 주요한 이유는 테슬라의 기술적 지원을 받은 웨스팅하우스가 전기 공급 가격을 제너럴일렉트릭보다 매우 저렴한 가격에 제시하였다라는 점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직류에 비하여 교류가 전류 전송에 매우 적은량의 구리를 필요로 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세계대전과 맞물려 원자재 가격이 불안정하였고 초기에 많은 설비 비용을 필요로 하는 직류는 교류에 비하여 사업성이 많이 떨어졌던 것이다. 무엇보다 교류는 장거리 전류 송전에 매우 유리하였다. 전기를 장거리로 송전하기 위해서는 전선에서의 송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승압(전압을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류 전기는 코일형 변압기를 통해 승압 및 강압(전압을 낮춤)이 가능하다. 코일형 변압기는 철제 합판의 좌우에 전선을 감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림 1(a) 와 같이, 왼쪽(입력단)에 코일을 감은 횟수와, 오른쪽(출력단)에 코일의 감은 횟수의 비율만큼 입력 전압대비 출력 전압이 결정된다. 코일형 변압기는 제조방식이 매우 단순하여 100여년 전의 인류가 장거리 송전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기술이였다. 결과적으로 테슬라의 교류 전기가 인류의 선택을 받아 현재까지 인류의 주요 전력이 되었다. 직류 전기와 교류 전기는 각각의 장단점이 명확하지만, 교류 전기가 채택된 가장 큰 요인은 코일형 변압기(Transformer) 때문이였다.
[그림 1] (a) 코일형 변압기의 원리, (b) 코일형 변압기의 회로 표현, (c) 실제로 쓰이는 대전압 승압을 위한 코일형 변압기
지금까지는 전류 전쟁에서 교류 전기를 주장한 테슬라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듯 보이나, 다시 게임의 판도가 바뀌려 하고 있다. 2020년 10월 대한민국 정부는 전 세계 국가들과 함께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였으며, 핵심은 지금의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원을 신재생 에너지 발전원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신재생 에너지가 낮은 발전 효율을 가지고 있어 탄소중립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더 큰 문제는 신재생 에너지를 제대로 수용할 수 없는 교류 전력망 체계이다.
가장 대표적인 신재생 에너지인 태양광 발전시설은 직류 전기를 생산한다. 태양전지에서 생산된 많은 양의 직류전기를 현재의 교류 전력망에 함께 태워 보내는 것이 핵심 문제 중 하나이다. 기존의 교류 전기 송전 체계는 발전원에서 생산된 전기를 최고 765kV(76만5천볼트) 까지 승압하여, 주요 소비원으로 송전한 후, 22.9kV(2만2천9백볼트) 강압 이후 최종적으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220V로 변환을 한다. 직류 전기를 76.5kV까지 승압하는데 직류-직류 전압변환을 할 수 있는 전력반도체가 필요하다. 또한 이 직류 전기를 교류 전력망에 함께 송전하기 위해서는 직류-교류 전력변환을 할 수 있는 전력반도체가 필요하다. 즉 전력반도체는 직류 전기를 제어(직류 승압, 직류 강압, 교류에서 직류로의 변환, 직류에서 교류로의 변환)하기 위해 탄생한 기술이다. 실제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전자제품들은 직류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정용으로 공급된 220V의 교류전기는 반드시 전력반도체 변압기를 거쳐 직류 전기로 변환되어 사용되고 있다.
직류전기 배전을 위하여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는 2011년에 전력반도체 기반의 스마트 변압기 (Smart Transformer)를 미래 10대 기술 중의 하나로 선정하였다. 그림 3처럼, 스마트 변압기는 교류 전기와 직류 전기 모두를 사용처에 맞는 전압형태로 변환할 수 있는 전력반도체 변압기이다.
[그림 3] 직류 전기와 교류 전기를 모두 변환할 수 있는 전력반도체 기반의 스마트 변압기
스마트 변압기는 전력 변환을 위한 변압기의 한 종류이며, 이미 가전기기, 전기자동차등 전기를 필요로 하는 모든 시스템에 반도체형 변압기를 사용중이다. 스마트 변압기는 그림 2와 같이 교류/직류(AC/DC) - 직류/직류(DC/DC) - 직류/교류(DC/AC) 3단계의 변환 단계를 가진 변압기로서 어떤한 형태의 입력 전기가 들어와도 동일한 출력 전기를 내보낼 수 있다. 스마트 변압기는 다양한 전기형태가 발생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에 가장 적합한 변압기이며, 기존의 교류 전력망이 아닌 직류전력망 구현을 위해서도 필수인 변압기이다.
이로써 테슬라의 교류전기의 승리로 전류전쟁이 이미 끝난 것 같은 현대에 다시 한 번 전류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전력망은 100% 교류전력망에서 직류 전기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전력망으로의 진화를 시작하고 있으며, 전력반도체의 도움으로 탄소중립 시대의 하이브리드 전력망은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관전이 필요하다.
KENTECH 강혜민(Hyemin Kang)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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